[일요서울ㅣ김준석 언론인] 허경영 국가혁명당 후보가 차기대선의 핵심변수로 떠올랐다. 주요 여론조사기관의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심상정 정의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눌렀기 때문이다. 양강을 형성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는 여전히 막대한 지지율 격차를 보이고 있지만 일부 조사에서 당당하게 위를 기록했다. 유권자들의 장난식 여론조사 참여라는 평가절하도 없지 않지만 무시못할 상승세다. 그야말로 허경영 신드롬이라고 부를 정도의 파죽지세다. 특히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지지율 5%를 넘어설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이는 심상정 후보와 안철수 후보도 넘지 못한 마의 지지율 5%벽이다. 물론 허 후보는 여전히 여야 제도권 정치에서는 환영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미지 자체도 현실 정치인이라기보다는 기인이나 방송 예능인에 가깝다. 대선이나 총선 등 역대 선거 때마다 잦은 출마로 이름을 알렸지만 여전히 한국정치의 이단아다. 황당무계한 파격 복지공약 탓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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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호감대선 반사이익에 지지율 4.7% ‘마의 5%’ 벽 근접
– 허풍 변수 부상에 자두·양강.지대 후보 득실계산

그런데 20대 대선은 상황이 좀 달라졌다. 여야 거대 정당의 유력주자인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가 이른바 가족 리스크에 꽁꽁 묶여 정치적 운신의 폭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정치혐오와 불신은 심각한 상황이다. 이는 허경영 후보의 정치적 확장성이 대중적으로 보다 넓어지게 만드는 토대다. 이러한 정치적 기반을 바탕으로 허 후보가 지지율 5%를 넘어설 경우 예측불허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허 후보가 여야 유력후보들과 더불어 대선 TV토론에서 정치개혁, 경제정책, 외교안보, 코로나19 대응과 복지정책 등 대한민국의 미래를 놓고 설전을 벌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허 후보의 당선 가능성은 사실상 전무한 것이지만 기존 여야 후보들에게는 예측불허의 변수가 된다. 허 후보의 파격 등장과 상승세에 기존 여야 후보들이 유불리를 따지면서 주판알 튕기기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허경영 변수를 둘러싼 차기대선의 함수관계를 짚어봤다.

자두·가족리스크 정치냉소심화허경영, 반사이익

허 후보는 역대 선거에서 약방의 감초격이었다. 딱딱한 선거전에서 유머를 담당하는 군소후보였다. 당선 자체보다는 파격적인 공약과 다소 황당한 언행으로 유권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현실 정치권이나 유권자 모두 허 후보의 당선을 기대하지 않았다. 대선이나 총선 등 전국 단위 선거가 되풀이될 때마다 얼굴을 비추며 일회성 이벤트에 집중하는 예능형 정치인인 셈이다. 허 후보 스스로가 자칭 아이큐 430의 천재로 축지법과 공중부양이 가능하다고 강변해 비아냥과 조롱의 대상이었다.

이번 대선 역시 마찬가지다. 허 후보는 지난 8월 경기도 고양시 행주산성 앞에서 열린 대선출장식에서 장군복을 입은 채 백마를 타는 이색적인 모습을 연출했다. 대선공약은 그야말로 황당했다. 여야 모두 재원마련 가능성을 따지지 않는 포퓰리즘 성격의 공약을 내놓고 있다고 비판받지만 허 후보는 차원이 다르다. 18세 이상 모든 국민에 1인당 1억원 지급과 매월 국민배당금 150만원 지급하겠다는 게 대표적이다. 허 후보는 대선공약이 현실성이 없다는 비판에 국가에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도둑놈이 많다고 일축해왔다.

최근 허 후보의 상승세는 무시못할 수준이다. 양강대결을 펼치고 있는 이재명, 윤석열 후보의 가족리스크가 커지면서 정치불신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지지율마저 초접전 혼전 양상이다. 한국갤럽의 12주차 여론조사(95% 신뢰도에 오차범위 ±3.1%포인트)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 36%, 윤석열 후보 35%로 사실상 지지율이 붙어있다. 이 후보는 장남의 상습도박 파문 및 성매매 의혹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윤 후보 역시 정치입문 이전부터 끈질기게 나돌았던 부인 김건희씨의 허위경력 문제로 위기를 겪고 있다. 이 때문에 세간에서는 이재명도 윤석열도 아니니 안철수를 뽑아야 하나” “이낙연이나 홍준표가 다시 출마할 수도 있겠다라는 우스개마저 유행하고 있다.

허 후보는 정치혐오에 기반한 유권자의 실망감을 파고 들고 있다. 단순히 웃어넘길 수만은 없는 정치적 현상이 돼버렸다. 일부 정치평론가들도 조심스럽게 허 후보에 대한 밑바닥 지지 정서가 전혀 실체가 없는 것은 아니라고 평가할 정도다. 허 후보 역시 기성 정치권의 허점을 공략하고 있다. 특히 여야의 사생결단식의 적대적 대결구도와 관련, “너무 싸우지 마시라며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를 다독거리면서 진보, 보수의 싸움으로 나라가 휘청거릴 염려가 있다. 화근을 방지하려면 자신을 뽑으면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허경영이 대통령 되면 두 후보 모두 부통령 임명장 드리겠다좌 우 인사를 고루 중용하는 탕평책을 펼치도록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상정 후보가 안철수 후보와에게 다가와 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심상정 후보가 안철수 후보와에게 다가와 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허경영 평균 지지율 5%이재명·윤석열과 맞장토론?!

코로나19의 장기화에 따라 이번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바로 TV토론이다. 방역 강화 차원에서 유권자들과의 직접적인 접촉에는 크고작은 제약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TV토론은 여야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엄청난 위력을 발휘했다. 이 후보와 윤 후보는 각각 당내 경선과정에서 10여 차례 이상의 TV토론을 치르면서 라이벌 후보들의 엄청난 네거티브에 시달렸다. 더구나 차기 대선이 내년 9일 열린다는 점에서 본격적인 선거운동 기간인 1월과 2월은 겨울 강추위마저 예고돼 있다. TV토론이 차기 대선의 결정적 변수가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여야 유력후보들은 대선 TV토론에 사활을 걸고 있다. 대진표는 사실상 이미 확정돼 있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최 TV토론 참석이 예정돼 있다. 변수는 허경영 후보다.

대선TV토론 규정은 공직선거법에 명문화돼 있다. 국회의원 5석 이상의 원내 정당이거나 직전 선거에서 득표율 삼% 이상을 얻은 정당의 후보자라면 초청 대상이다. 허 후보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대선TV토론 참석을 위해서는 평균 지지율이 5%를 넘어서야 한다. 보다 자세하게 정리하면 내년 215일 대선 공식선거운동 개시 이전 한 달 동안 진행한 모든 여론조사의 지지율 평균이 5%를 넘길 때 가능하다. 허 후보가 과연 평균 지지율 5%를 얻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우선 긍정론이다. 아시아리서치앤컨설팅이 지난달 24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8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구간에 ±3.1%포인트)에서 지지율 4.7%를 기록했다. 윤석열 후보가 45.5%1, 이재명 후보가 37.2%2위였다. 삼위 허 후보에 이어 심상정 후보 3.5%, 안철수 후보 2.3%의 순이었다.

허 후보는 최근 지지율 5% 넘으면 TV토론에서 허경영을 볼 수 있다며 유권자들의 지지를 요청했다. 허 후보의 상승세가 조금만 이어진다면 불가능한 목표도 아니다. 허 후보 스스로 유권자들에게 홍보전화를 돌리면서 지지율 견인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왔다. 세간에는 안녕하십니까 허경영입니다라는 인사로 시작하는 이른바 허경영 전화를 받았다는 SNS 인증글이 쉴 새 없이 올라오고 있다. 국가혁명당이 한 번에 무려 5000만건의 전화를 무차별적으로 시도하면서 수억원의 비용이 발생했을 것이라는 소문마저 돌고 있다. 이는 여야 유력후보들이 정치자금 문제로 할 수 없는 전화선거운동을 허 후보는 막대한 자금력으로 하고 있는 셈이다. 전화뿐만이 아니다. 유튜브는 물론 SNS상에는 허 후보의 대선공약, 정치적 주장을 담은 홍보글 또한 넘쳐나고 있다.

물론 허 후보의 대선TV토론 참석 가능성은 쉽지 않다. 여전히 주요 여론조사기관에서 차기대선 후보군에 허 후보를 배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혁명당 측도 이에 대해 불만을 표시해왔지만 차기 대선이 다가올수록 여야의 기존 유력후보들로 대선판도가 정리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허 후보의 상승세는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재명·윤석열.제3지대 유불리허풍 주시

허경영 국가혁명당 대선 후보가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참배를 마친 뒤 차량에 탑승해 지지자들과 인사 나누고 있다. 2021.10.18. 뉴시스
허경영 국가혁명당 대선 후보가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참배를 마친 뒤 차량에 탑승해 지지자들과 인사 나누고 있다. 2021.10.18. 뉴시스

허 후보의 부상에 갈 길 바쁜 여야 후보들이 바빠졌다. 예측불허의 기행과 파격 공약으로 유권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허 후보가 이제는 무시못할 현실적인 위협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허 후보는 여야, 지역, 이념 등 사실상 기존 정치권의 대립구도와는 무관한 정치적 존재다. 대표공약으로 내세운 복지 공약 자체가 현실정치권에서 그야말로 황당하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다만 정치권에 대한 국민적 실망감을 겨냥한 정치적 주장은 효과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허 후보는 지금 우리 정치판은 말만 여당, 야당이지 밤이면 전부 친구다. 만 번을 바꿔봐도 국민생활은 똑같다고 여야를 동시 저격하면서 본인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구나 차기 대선이 여야의 박빙승부가 예상되면서 상황은 복잡해졌다. 선두를 형성 중인 이재명 후보 측과 윤석열 후보 후보 측도 신중하게 허경영 변수를 고민 중이다. 이번 대선구도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에 따른 민심이반과 광범위한 정권교체 욕구로 윤 후보의 낙승이 사실상 예고된 것이었다. 윤 후보가 지난 월 검찰총장 퇴임 이후 정치참여와 대선출마 선언에 이어 국민의힘 전격 입당에 이어 제1야당 대선후보를 차지한 게 이를 증명한다.

다만 부인 김건희씨의 각종 리스크가 수면 위로 부상하면서 이 후보의 거센 추격을 허용했다. 민주당 경선과정에서 크고작은 논란과 네거티브 공세에 시달렸던 이 후보는 윤 후보의 상승세에 제동이 걸린 사이 특유의 돌파력과 추진력으로 차기 대선 박빙구도를 만들어냈다. 주요 여론조시기관의 차기 지지율 조사에서 이 후보와 윤 후보는 조사기관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5% 이내의 박빙 승부를 이어가거나 오차범위 이내에서 1~2%포인트의 혼전 구도를 연출하고 있다. 박빙구도가 대선 막판까지 이어지는 가운데 허 후보가 5% 안팎의 지지율을 유지하면 이 후보와 윤 후보도 어떤 식으로든 대응책 마련에 나설 수밖에 없다.

안철수, 심상정, 김동연 등 제지대 후보들도 바빠졌다. 표면적으로는 무시하는 듯한 모양새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허 후보의 부상에 따라 정치적 존재감이 미미해지면서 차기대선 전략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최소한 지지율 5% 이상에서 최대 두자릿수 이상을 기록해야만 대선후보 단일화 국면에서 주도권을 발휘할 수 있다. 이 후보와 윤 후보가 대선막판까지 초박빙 승부를 이어가야만 제지대 후보들의 몸값이 올라가는 것이다. 다만 이 후보와 윤 후보를 제외한 군소후보들 중에서 허 후보가 정치혐오 정서를 바탕으로 지지율 위를 기록하면 상황은 정반대가 된다. 최악의 경우에는 단일화 제안이 허 후보에게로 쏠릴 수도 있다.

여야 사정에 정통한 한 정치평론가는 허경영 변수는 이제 단순히 웃어넘길 일이 아니다여야 기성 정치권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신이 얼마나 높은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허경영 후보의 당선 가능성은 제로 수준이지만 여야 후보가 박빙 승부를 이어갈수록 허 후보에 대한 러브콜이 쏟아질 수도 있다만일 대선TV토론에 허 후보가 참여해서 이재명, 윤석열 후보와 맞붙어 선전한다면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던 예측불허의 대선국면이 전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