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기사 읽어주기 재생볼륨 조절 바 열기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달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417호 형사대법정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결심공판에서 최후진술을 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제공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달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417호 형사대법정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결심공판에서 최후진술을 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제공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우두머리 혐의 재판 1심 선고를 앞두고, 한덕수 전 총리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내란주요종사 혐의로 줄줄이 유죄 선고를 받았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여전히 ‘비상계엄은 내란이 아니며 합법적이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은 지난달 21일 한 전 총리에게 징역 23년, 지난 12일 이 전 장관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하면서 12·3 비상계엄을 내란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무죄 추정의 원칙을 내세우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한 전 총리의 선고 직후 곽규택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1심이 선고된 것이라 향후 2·3심 과정에서 변호인들이 주장하는 바가 있을 것이고, 향후 법원 판단을 지켜보겠다”고 했다. 당내에선 ‘내란 사과’ 주장도 나왔지만, 국민의힘 지도부는 요지부동이다.

‘비상계엄의 합법성’ 주장도 반복되고 있다. 유튜버 전한길씨는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등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기 전 기자회견을 열어 “대통령의 비상사태 선포를 내란이라고 보고 처벌한 사례는 전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다”고 주장했다. 김현태 전 707특임단장은 지난 7일 자유대학 집회에 참석해 “윤석열 대통령의 합법적 비상계엄은 내란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몇몇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사이버 고지전’에 나서고 있다. 지난 10일 한 지지자는 스레드에 “도움 부탁드립니다. 나무위키(에서) 12·3이 내란이랍니다. 편집 요청해줄 분 부탁드립니다 제발”이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나무위키는 한 전 총리의 1심 선고 직후, 사용자 토론을 거쳐 ‘12·3 비상계엄’ 문서의 제목을 ‘12·3 내란’으로 변경했는데 이를 되돌리자고 호소한 것이다. 나무위키는 비공식 백과사전으로, 사용자들이 직접 내용을 수정할 수 있다. 다만, 논쟁적인 사안은 사용자 토론을 통해 내용을 확정한다. 일부 지지자들은 엑스(옛 트위터)나 스레드에 기사 링크를 공유하며 댓글 작성·추천을 통한 여론전을 요청하는 이른바 ‘댓글 정화’에 나서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는 ‘비상계엄’ 용어 집착이 재판부를 압박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풀이했다.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소수이다 보니, 나무위키 같은 공인되지 않은 누리집에서의 명칭에도 민감할 것”이라며 “자신들의 의견을 알리는 동시에 재판부가 자신들이 원하는 판결을 하도록 압박하려는 목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종의 ‘몸집 부풀리기’ ‘세 과시’라는 것이다.

이들의 압박은 실제로 출판문화계에서 검열 논란으로 번지기도 했다. 지난 12일 정치철학자 박이대승씨는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의 신간 ‘공통된 것 없는 공동체’의 출판사가 작성한 소개글에 ‘내란’이라는 표현이 들어갔다는 이유로 온라인 서점인 알라딘에서 등록을 거부당했다고 전했다. 박씨는 “(서점 쪽이) 민감한 표현이라서 그대로 실어줄 수 없다고 했다”며 “공식적인 법 개념인 ‘내란’을 민감한 표현이라면서 사실상의 검열을 시도했다는 게 납득되지 않는다”고 했다. 출판사의 항의 끝에 이 소개글은 원본 그대로 실리게 됐다. 알라딘 관계자는 “‘내란’이라는 표현이 들어간 다른 책들도 많고 해당 표현을 막는 내규도 없다. 분량이 긴 소개글을 편집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소통 오류”라고 해명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무죄 추정의 원칙에도, 내란이라는 표현이 오히려 적확한 표현이라고 봤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상급심에서 내란이 아니라고 판결했을 때 고치는 것이면 몰라도, 내란 사건으로 규정한 판결이 나왔는데 그것을 내란이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오히려 정치적인 해석”이라고 말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3심까지 기다리자는 신중론이 일리는 있지만, 기계적 중립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헌법재판소 탄핵 결정부터 ‘이상민 1심’까지 내란이라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제는 현재의 갈등을 어떻게 마무리 짓는게 정치와 민주주의 발전에 올바른 방향인가를 생각할 때”라고 말했다.

장종우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