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韓美 정상회담 ◆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간 첫 정상회담을 통해 원자력 협력과 한미미사일지침(RMG) 개정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인 대북 이슈와 함께 최대 현안인 백신 도입과 반도체 등 기술 협력이 핵심 의제로 주목받았지만, 앞으로는 한미 간 중장기 협력 사례로 이 같은 숙원사업에서도 손을 잡을 가능성이 커졌다. 한미 간 원자력 협력은 ‘탈원전 정책’으로 국내 기반이 약해진 국내 원전업계와 종주국 위상을 잃어버린 미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는 점에서 양국 간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는 중장기 경제협력 사례로 평가받을 전망이다. 미사일지침은 1979년 이후 네 차례 개정에도 여전히 사거리 제한 등이 남아 있다. 지침이 완전 해제될 경우 문 대통령이 강조해온 ‘미사일주권’을 찾게 되는 의미가 있다.

21일(현지시간)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단독회담, 소인수회담, 확대정상회담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대북정책, 쿼드, 백신 및 반도체·배터리 기술협력 등을 논의한다.

한미 간 원전 협력은 이미 2015년 박근혜 전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체결한 ‘개정 한미원자력 협정’에 담겨 있다. 그동안 정부의 탈원전, 미국의 정권 교체 등으로 탄력을 받지 못하다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다시 시동을 걸겠다는 것이다. 현재 사우디아라비아, 체코, 폴란드, 영국 등 중동과 유럽 등지에서 신규 원전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이 치열한 수주전을 벌이고 있다.

김대자 산업통상자원부 원전산업정책관은 “미국과 컨소시엄으로 입찰을 따내거나, 한 나라가 수주할 경우 서플라이 체인에 참여하는 등 여러 협력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특히 미국의 폴란드 원전 수주 가능성이 큰 만큼 첫 번째 협력 사례가 될 전망이다.

정부가 미국과 제3국 원전 수출 공동 전선을 추진하는 것은 양국 모두 원자력 생태계가 휘청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시공·관리 능력을 갖췄지만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업계가 고사 직전이다. 미국도 1979년 펜실베이니아 스리마일아일랜드 원전 사고 이후 30년 넘게 신규 원전 건설을 중단하면서 사실상 독자적인 원전 시공 능력을 상실했다. 바이든 행정부 입장에선 빛바랜 ‘원전 종주국’ 위상을 되찾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미국과 한국은 글로벌 원전업계에서도 손꼽히는 기술 대국이다. 국내에선 탈원전으로 코너에 몰린 두산중공업 등 원전기업들의 기술력은 세계 최고로 인정받고 있다. 미국 역시 원전기술을 보유한 뉴스케일파워, 테라파워 등이 여전히 건재하다. 한때 웨스팅하우스가 세계 1위 원전기업으로서 전 세계 원전시장을 주물렀던 적도 있다.

한미미사일지침은 체결된 지 올해로 42년이 됐다. 2001년, 2012년과 문재인정부 들어서 2017년, 지난해까지 총 네 차례 개정되며 사거리도 늘고 탄두중량도 없어졌다. 군사용 탄도미사일의 경우 2012년 개정을 통해 사거리를 확대했지만 여전히 800㎞로 제한되고 있다. 문재인정부 들어 2017년 개정으로 탄두중량을 기존 500㎏에서 무제한으로 확대했고 지난해 개정 땐 고체연료 사용 제한이 사라졌다. 사거리 800㎞에 묶여 있지만 대북 견제용으로선 사실상 제한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윤덕민 한국외대 석좌교수는 “이명박정부 때 사거리를 800㎞까지 풀어 주변국이 사정권 안에 들어온 이상 사거리 확대가 더 필요한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한예경 기자 / 임성현 기자 / 백상경 기자 / 워싱턴 = 신헌철 특파원 /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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