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대한배드민턴협회가 최근 불거진 심판 관련 행정 부실 의혹에 대해 ‘바로잡기’에 나섰다. 9일 스포츠조선 취재를 종합하면 배드민턴협회는 금명간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어 ‘전국대회 부실 판정 및 규정 위반 징계 무마 의혹’ 관련 안건을 상정, 원점에서 심의하기로 했다. 이는 관련 민원을 접수한 대한체육회가 최근 심판위원회를 열고 배드민턴협회의 ‘부실 판정’에 대한 자체 징계가 스포츠공정위 절차를 거치지 않는 등 규정 위반한 사실을 확인하고 시정 조치를 내린 데 따른 것이다.
대한배드민턴협회 이사회 전경, 사진제공=대한배드민턴협회
배드민턴협회는 지난 4월 열린 고등부 전국대회에서 발생한 심판위원장 이모씨의 ‘스코어 조작’ 부실 판정 사건을 유야무야 넘기려고 하다가 뒤늦게 문제가 되자 규정에 없는 절차로 무마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규정상 징계 안건은 스포츠공정위 심의·징계 수위 결정→이사회 보고를 거쳐야 하지만 협회는 징계 심의 권한이 없는 대회조직위원장 주재 특별회의를 열어 솜방망이 징계로 넘어갔다.
배드민턴협회는 스포츠공정위를 누락한 규정 위반 행정에 대해 사과의 뜻을 전하고, “관련 안건을 스포츠공정위에서 엄정하게 다시 다루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특히 협회의 진상조사에서 당시 심판위원장이 어이없는 부실 판정으로 관련 A선수에게 심대한 심적 고통을 주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당시 단·복식에 중복 출전했던 A선수는 먼저 출전한 단식 경기에서 1세트를 먼저 내 준 뒤 2세트 6-11 상황에서 부상을 호소했다. A선수는 부상으로 인해 경기가 중단돼 기권 처리되면 남은 복식 출전 자격을 상실한다는 규정을 알고 그냥 서 있더라도 단식 경기에 끝까지 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심판위원장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학생 선수도 알고 있는 규정을 무시한 채 스코어 6-11에서 경기를 중단시키면서 남은 경기를 모두 치른 것으로 간주하고 6-21로 스코어를 조작해 마무리했다. 이후 경미한 부상에서 회복한 A선수는 복식에 정상 출전해 입상했다. 하지만 협회의 부실 판정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결과적으로 ‘무자격’ 상태에서 복식에 출전했다는 눈총을 받게 됐다. 이로 인해 A선수는 심판위원장의 판정 처리에 따라 정상적으로 복식에 출전했을 뿐인데 오해의 시선으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크게 입는 등 애꿎은 피해자가 됐다는 게 협회의 설명이다.
대회 요강에도 적시된 기본 규정을 ‘패싱’한 심판위원장의 이같은 중대 오류는 대한체육회 심판위원회에서도 지적된 것으로, 향후 협회 스포츠공정위의 징계 수위 결정에 중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배드민턴협회는 상임심판 부정 채용 의혹과 관련해서도 대한체육회와 스포츠윤리센터의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어떤 조치가 내려오든 겸허하게 수용하겠다는 뜻도 전했다. 상임심판 부정 채용 의혹은 공개 모집에 도전했다가 탈락한 전 상임심판 우형호씨가 민원 제기한 것이다. 민원 제출 의견서에 따르면 심판위원장이 면접 심사를 앞두고 특정 지원자와 사적으로 부적절한 만남을 가졌고 협회의 심판 업무 담당 직원이 공개 모집을 앞두고 지인들과의 자리에서 특정인의 탈락을 예고하는 언행을 하는 등 채용 과정에서의 공정성을 중대하게 침해한 의혹이 다수 포함돼 있다.
대한체육회는 ‘스코어 조작’ 부실 판정과 함께 심판 채용 과정에 대해서도 심층조사를 진행하며 관련자들의 진술을 확보하고 있다. 배드민턴협회 관계자는 “심판 채용 민원과 관련해 체육회가 요청하는 자료와 질의에 답변 서류를 제출하는 등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고 있다”면서 “조사 결과에 따라 대한체육회로부터 어떤 조치가 내려지든 겸허하게 수용할 것이고, 앞으로 잘못된 점은 바로 잡는 협회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최만식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