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이철원
러시아가 납치한 우크라이나 어린이와 청소년이 적게는 수만 명, 많게는 수십만 명이라고 한다. 아이들은 러시아 가정에 강제 입양되거나 수련원을 가장한 집단 캠프에서 재교육을 받는다. ‘전쟁 위험에서 보호한다’는 명분이지만 실제로는 친(親)러시아 사상을 주입해 ‘푸틴 전위대’로 키우려는 것이다. 세뇌에 취약한 아이들을 이용하려는 전쟁 범죄다.
▶문화대혁명의 광기(狂氣)를 대표하는 홍위병 역시 소년 소녀들이었다. 이들은 마오쩌둥 한마디에 정부 기관을 점거하고 기관 책임자들 목에 ‘우귀(牛鬼)’ ‘주자파(走資派)’란 목걸이를 채운 채 끌고 다녔다. 사람들 배를 가르고 간장을 붓기도 했다. 나치 독일은 14~18세 청소년을 ‘히틀러 유겐트’로 양성했다. 히틀러를 위해서라면 부모도 고발하도록 세뇌당했다. 나치 전위대가 돼 죄의식 없이 살인을 일삼았다. 이들은 독일이 항복한 뒤에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했다.
▶과거사 반성에서 독일은 일본과는 차원이 다른 나라다. 어떻게든 과거를 분식·은폐하려는 일본과 달리 독일은 나치의 만행을 기록하고 교육한다. 다만 14세 미만 아동들에겐 끔찍한 내용을 보여주지 않는 ‘아우슈비츠 없는 아우슈비츠’ 원칙이 적용된다. 참혹한 유대인 말살 범죄는 빼고 그 전 유대인 차별 등만 가르친다. 강제수용소 견학 프로그램 대상도 14세 이상으로 정했다. 어린이가 이런 사실을 접했을 때 부작용이 더 크다는 뜻이다.
▶지난 8일 국회에서 ‘핵 오염수 저지를 위한 아동·청소년·양육자 간담회’가 열렸다. 참석한 어린이 ‘활동가’ 7명 전원이 10세 이하였다. 6세도 있었다. ‘정치하는엄마들’이란 단체가 주최한 행사였다. 어린이들은 “내가 제일 싫은 건 대통령이 핵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는 걸 찬성했다는 것”이라고 했다. 사실과 전혀 다른 얘기다. “핵 발전을 당장 멈추자”고도 했는데 이들이 원전을 알 리가 없었다. 이재명 대표를 비롯해 민주당 의원 5명이 참석했다.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와 맞는다고 아이들이 무슨 뜻인지도 제대로 모를 얘기를 하는 것을 듣고 있었다. 이를 보고 유모차에 아기를 태운 유모차 부대가 시위대 맨 앞에 섰던 광우병 소동이 생각난다는 사람들이 있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장 진보적 성향이다. 가톨릭이 금기시하는 동성애, 낙태에 대해서도 열린 태도다. 그런 사람이지만 과거 대교구장 시절 성소수자 단체들이 집회에 어린 학생들을 동원하자 발끈했다. 그는 “청소년 한 명의 정서가 입법보다 중요하다”며 “아이들을 이용해선 안 된다”고 했다. 그 말 그대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