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루나·테라 폭락 사태 여파
경찰, 수사 계획은 좀 더 지켜봐야
“코인 제도권 대책 등 논의 필요해”
가상자산(암호화폐) 루나와 테라USD(UST) 폭락 사태 후 발행업체 테라폼랩스 권도형 대표 집에 찾아가 초인종을 누르고 사라졌던 아프리카TV BJ는 16일 경찰 조사를 받은 뒤 “권 대표가 공식 사과하고 가진 자금을 동원하든 어떠한 (보상) 계획을 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 성동경찰서는 이날 주거침입 혐의를 받는 A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A씨는 조사를 마친 뒤 취재진에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면서 “루나 코인 사태로 폭락을 맞은 20만명 이상의 피해자가 잘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A씨는 “루나와 테라USD(UST)에 투자해 20억∼30억원 정도 손실을 봤다”면서 “제 주변에 실제로 삶을 포기하신 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때 국내외에서 10만원대에 거래되고 코인 시가총액 8위까지 올랐던 루나는 가격이 점차 하락하다 지난 9~10일부터 1주일간 99% 넘게 폭락하며 1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번 폭락 사태로 암호화폐 시장 신뢰도가 떨어지면서 전체 코인 투자자도 큰 영향을 받았다.
지난 주말 새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본인의 암호화폐 투자 실적 화면을 캡처해 공유하면서 “한순간에 코인 가치가 나락이 됐다”, “살고 싶지 않다”는 등의 글이 연이어 올라오기도 했다.
투자자들은 코인 투자에 대한 접근성이나 간편성 대비 투자자 보호책이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비주류 코인에 투자했던 김모(29)씨는 “현재 마이너스 73% 손실로 3000만원대가 묶여 있다”면서 “지난해 11월부터 세계 증시가 하락세를 겪던 와중에 루나 사태로 기술적인 신뢰도에 타격을 입으며 하락세가 가속했다”고 말했다. 이어 “청년이 돈을 모을 수 있는 수단이 많지 않은 환경에서 적금이라 생각하고 코인에 투자했지만 코인 거래소 등에서는 (코인) 개발자 실적 발표 등이 몇 년간 아무런 갱신이 없이 방치된 코인도 많아 실질적인 투자자 보호책이 없다”고 덧붙였다.
한때 권 대표가 싱가포르에서 고발당했다는 이야기가 돌기도 했지만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현재 권 대표에 대한 고발이 접수된 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전체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국내외 코인 투자가 어느 정도 자리잡은 만큼 코인을 금융시장 제도 안에 정착시키고 적절한 규제와 투자자 보호책 등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한다.
박성준 동국대학교 블록체인연구센터장은 “암호화폐 자체를 부정하던 기조에 따라 관련 시장이 방치됐던 것이 가장 근본적인 문제”라면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암호화폐 시장을 인정하면서 건전한 코인을 진흥시키고, 제도권 안에서 규제하면서 투자자 보호책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