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국 바이오 IT 분야 무더기 제재… 中 기술패권 저지 ‘총공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6일 백악관에서 코로나19 대책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중국 신장 위구르지역 인권 탄압을 이유로 중국 정부기관과 기업을 무더기로 제재했다. 상무부와 재무부는 물론 국무부와 의회까지 총동원돼 동시다발적으로 중국을 조여가고 있다. 내년 베이징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한 데 이어 중국에 대한 압박 강도를 대폭 끌어올리는 분위기다. 징계 대상이 주로 첨단기술 분야에 집중된 것을 두고 중국의 기술 패권을 저지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정부는 “합법적 권익 수호를 위해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하는 형국이다.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16일(현지시간) “군사적 목적과 인권 탄압을 위해 생명공학을 비롯한 첨단 기술을 발전시키려는 중국의 위협에 조치를 취한다”면서 중국 군사과학원 군사의학연구원을 비롯해 산하 11개 연구소에 대한 수출 제재 방침을 밝혔다. 상무부는 이 기관들이 두뇌 조종을 비롯한 무기 개발에 관여했다고 설명했다. 인권단체들도 그간 중국 정부가 안면인식과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해 위구르족 유전자를 추적ㆍ감시하고 있다고 비판해 왔다.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은 “생명공학과 의학은 생명을 구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지만, 중국은 이를 종교·인종 소수자를 억압하고 통제하는 데에 사용하고 있다”며 “미국의 기술이 이 같은 국가 안보에 반하는 행위에 이용되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 재무부도 이날 중국 기업 8곳을 투자 블랙리스트에 추가했다. 세계 최대 상업용 드론업체인 DJI를 비롯해 ‘메그비’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안면인식 소프트웨어기업 쾅스커지, 슈퍼컴퓨터 제조업체 수광, 사이버 보안그룹 샤먼 메이야 피코, 클라우드 기반 보안 감시시스템 기업 넷포사 테크놀로지 등이 포함됐다. 재무부 블랙리스트에 오르면 미국인의 금융 지분 취득이 금지된다. 여기엔 이미 중국 기업 60곳이 올라가 있는 상태다. 재무부는 “이번 조치는 중국 국방·감시기술 분야 민간기업이 소수민족과 종교적 소수집단을 탄압하는 정부의 노력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협조하는지를 선명히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화상을 통해 정상회담을 하는 모습. 모스크바=타스 연합뉴스

미 국무부 또한 ‘중국 때리기’에 가세했다. ‘2020년도 국가별 테러보고서’를 통해 중국 인권 탄압을 겨냥한 것이다. 국무부는 “중국 정부는 신장지역에서 ‘극단주의’에 대항한다는 명목으로 위구르족과 무슬림을 상대로 ‘재교육’ ‘직업훈련’ 등 탄압 활동을 시행해 왔다”며 “테리리즘에 관한 중국의 광범위한 정의는 인권침해 우려를 불러일으킨다”고 명시했다. 중국은 위구르족 분리독립세력을 테러집단으로 규정하나, 이러한 주장을 믿을 만한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도 거론됐다. 그러면서 “중국 정부가 테러 대응이라는 명목으로 대량 학살과 인권 범죄를 자행했다”고 비판했다.

의회는 법을 만들어 정부를 적극 뒷받침했다. 미 상원은 이날 본회의를 열어 지난 8일 하원을 통과한 ‘위구르족 강제노동 금지법’을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이 법은 신장에서 생산된 제품을 강제노동 생산품으로 전제하는 ‘일응추정'(반박해 증명하지 않으면 사실이라고 전제하는 원칙) 원칙을 담고 있다. 미 관세국경보호청(CBP)이 예외를 두지 않는 한, 신장산 제품은 모두 수입 금지된다. 이 법을 발의한 마르코 루비오(공화당) 상원의원은 “많은 기업들이 이미 중국과 연결된 공급망을 정리하는 조치를 취했다”며 “미국인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잔혹 행위에 가담하는 일은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원은 법안 처리 직후 니컬러스 번스 전 국무부 차관에 대한 주중대사 인준안도 통과시켰다.

미국이 단행한 일련의 제재 조치는 중국 인권 문제를 부각하는 동시에 자국 안보를 앞세워 중국 기술기업의 성장과 팽창을 견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보도에서 “미국이 중국의 기술기업에 대한 규제를 확대하는 것은 기술 분야를 중국과 패권 경쟁의 최전선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라며 “더 많은 중국 기술기업이 블랙리스트에 추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물론 중국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왕원빈 외교부 대변인은 17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 측 조치는 시장경제 원칙과 국제무역 규정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미국 측에 잘못을 즉각 바로잡을 것을 촉구하며 중국 기관과 기업의 합법적 권익을 수호하기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표향 기자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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